월요일이 사라졌다
일본 소설 '잠시 회사를 그만두고 오겠습니다' 속에 '사자에 상' 증후군이라는 말이 나온다. 일요일 오후 8시에 방영하는 가족만화 영화 속 여주인공의 이름이 바로 '사자에' 다. 이 만화 영화가 끝나는 9시 경이되면 이제 드디어 주말이 끝나고 다시 회사로 복귀해야 하는 월요일의 공포가 몰려오기 때문이란다. 그러고 보니 회사를 그만둔 후에는 이 월요일의 묵직한 부담감은 사라졌지만 일요일 저녁이면 알 수 없는 공허함에 빠진다. 월요일이 월요일 같지 않다 라는 생각... 뭐랄까 더 이상 나에게 월요일은 치기 어린 일주일의 시작, 긴장되고 설레던 첫날이 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딱히 그것이 좋다 나쁘다 를 떠나 너무나 당연하게 몸에 베이고 베인 규칙들을 하나씩 어기고 지워가기 시작하면서 생기는 낯설음이라고 할까?
일요일 저녁이 되면 그간의 일요일 저녁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여유를 부리게 된다. 늦은 저녁을 손수 정성껏 차려먹고- 심지어 고기도 굽는다 - 소화도 시킬 겸 근처 공원을 어슬렁어슬렁 산책을 하고 편의점 앞에 놓인 파란 테이블에 철퍼덕 주저앉아 맥주 한 캔을 따고 한동안 뜸했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긴 수다를 떤다. 그리고 내일이 월요일이라는 것을 잊는다. 아니 억지로라도 잊어본다. 유난히 분주하고 무거웠던 출근길과 함께 열리는 나의 월요일은 이제 사라지고 없으니까. 뭐지 않아 나에게 월요일은 그저 월요일이 될 거니까. 느긋하게 늦잠을 자고 음악을 듣고 천천히 커피 한 잔을 내리고 책을 읽는다. 게다가 비까지 펑펑 내려주면 실실 웃음이 날 것이다. 이렇게 추적추적한 날 출근을 위해 우산을 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기분이 좋아질게 분명하다. 그리고 월요일과 함께 전체회의. 팀장회의. 부서회의. 실적회의가 말끔히 내 인생에서 사라진다. 점점 쌓이고 퉁퉁불기만 해 아무리 노력해도 가벼워지지 않았던 나의 월요일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그러고 보니 왜 일주일의 시작이 꼭 월요일이어야 할까? 나 같은 자유 여인에게는 수요일쯤 시작해서 모두가 분주한 월화를 주말처럼 써버려도 괜찮지 않을까?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되는 법이니까.
<해결책 > 일요일 저녁에 처지가 프리 한 지인들과 약속을 해본다. 월요일은 청소와 빨래를 위한 가사의 날로 정한다. 비 오는 월요일엔 살짝 일찍 일어나 빗소리를 벗 삼아 무료로 제공되는 최신 영화를 한편 본다. 그리고 출근하는 그 누군가에게 ' 오늘은 월요일. 또 한주의 시작. 화이링이다. 나는 영화 본다'라고 메시지를 보내본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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