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생활질서계 유실물 센터... 이름도 낯선 이곳에서 내 카드와 약간의 현금이 든 지갑을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엄마에게서 얻어 입은 카키색 점퍼의 주머니를 뒤져본다. 꼬깃꼬깃 낡은 천 지갑이 없다. 누군가 편의점에서 이걸 주워서 경찰서에 갖다 주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토요일 편의점에 들렀던 기억이 번득 났다. 지갑 속에 든 3만 원은 슬쩍하고 카드는 버리면 그만일 터인데, 마음 착한 누군가는 황금 같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손 떼가 잔뜩 묻은 이 지갑을 잃어버린 누군가를 위해, 경찰서까지 발걸음을 했다는 사실에,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마도 바닥에 떨어진 지갑을 못 본 채 했거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 건네주었을 터였다. 세상은 아직 나쁜 사람들보다 착한 사람이 더 많고, 사람은 사람으로 위로받는 법이라던 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한층 포근해진 날씨와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경찰서로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돌아오지 않는 인연이 끈을 잡고 유난히 외롭고 힘들었던 그래서 부척 꽁꽁 언 섬 같았던 나의 겨울이, 드디어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서둘러 봄을 맞을 채비를 하는 거야.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