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금)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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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냐는 지인의 물음에, 나는 산책길에 찍은 봄 햇살을 쬐며 낮잠을 즐기는 고양이 사진을 보냈다. " 너, 심심하구나~" 하는 답이 크게 하품을 하는 이모티콘과 함께 왔다. 글쎄다. '심심하다'라는 사전적 의미는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인데, 나는 하는 일이 없지는 않지만 가끔은 지루하기도 하고, 재미없기도 한 일상을 살고 있으니 뭐라고 해야 할까. 그럭저럭 심심한 편이라고 해두자. 일러스트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후배 K는, 한 달에 한 번쯤 하루 종일 한강을 내려다보며 멍하니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변해가는 하늘과 강의 빛깔, 햇살의 온기에 오롯이 집중하고 느끼며, 복잡한 머릿속을 비워낸다고 했다. 그러고 나면, 식물이 광합성 작용을 하듯 에너지가 다시 샘솟는다고 했다. 어쩌면 이런 종류의 자발적 심심함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삶의 여유를 즐기는 방법 중의 하나가 아닐까... 적당히 심심할 것이 분명한 주말이 다가오고 있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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