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2일(토)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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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한 병 가져가요 ~" 한층 포근해진 날씨에, 덧입은 점퍼가 후덥지근하게 느껴지는 순간, 누군가 불쑥 내게 생수 한 병을 건넸다. 동글동글 인상 좋은 할아버지는 동네 등산 동호회에서 제공하는 생수니 안심하고 마셔도 된다 는 말과 함께 살가운 미소를 지으셨다. 연거푸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는 나에게, 할아버지는 손사래를 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 등산하기 참 좋은 날이야~ 사는 게 이렇게 즐거워 " 그 순간, 진행하던 일이 틀어졌는지 피드백이 오지 않아 밤새 안절부절못하던 나에게, 누군가 수호천사를 보낸 기분이 들었다. '네 걱정의 90프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야, 그러니 안심해도 좋아' 하는 메시지와 함께 말이다. 백발의 수호천사가 준 생수 병을 꼭 쥐고, 씩씩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정상에 올라 대찬 기압을 넣듯 한 번에 생수 병을 따고, 벌컥벌컥 크게 넘긴다. 차가운 물맛이 맥주보다 더 시원하게 가슴을 톡 쏜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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