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아점부터 먹을까요? " 창밖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뒷좌석의 나에게, 운전을 하는 선배가 묻는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빙긋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저만치 보이는 휴게소 표지판에 시선을 고정한다. 광주로 가는 4시간이 넘는 여정의 절반쯤에 위치한 휴게소 - 월요일인데도 사람들이 제법 북적인다. 식당가의 메뉴판 앞에 나란히 선 나와 선배는, 마라톤 회의가 예상되는 우리의 오후를 거뜬히 버텨줄, 든든한 메뉴를 고민 중이다. '아, 전주비빔밥' 나는 군침을 꿀꺽 삼키며 혼잣말처럼 내뱉는다. 다양한 음식 사진이 번갈아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디지털 메뉴판 위에, 동그란 놋그릇에 꽃처럼 활짝 핀 나물들과 달처럼 떠있는 계란 프라이 - 밥심을 충전하기에 이만한 게 또 있을까. 게다가 여기는 전라도 아닌가. 선배는 전주비빔밥 두 개를 주문하고, 독서실처럼 개별 칸막이가 쳐진 테이블에 나란히 앉았다. 나는 나물들이 엉겨 붙지 않도록 젓가락으로 비빔밥을 비비다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내 웃음의 이유가 궁금한지 선배는 입안 가득 밀어 넣은 비빔밥을 씹으며, 나를 힐끔 본다. 나는 숟가락으로 비빔밥을 먹기 좋게 한 입 크기로 모으며 말했다. '남은 생은 일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책까지 써놓고 광주까지 일하러 가냐 는 친구 말이 생각나서요. 그 책 덕분에 어쩌다 일이란 걸 하면, 이런 놀림을 당한다니까요. 꼼꼼히 다 읽어보면 남은 생 일만 하지 않겠다 는 내용이 골자인데... " 나는 억울한다는 듯이 입술을 실룩이며, 비빔밥 한 숟가락을 씩씩하게 입속에 넣고 힘차게 씹는다. 선배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비빔밥을 맛깔스럽게 비운다. 내가 좋아하는 김영하 작가님의 말처럼, 일이란 다 글을 위한 글감이라 생각하고 하면 된다. 했는데 아니면 그것 또한 경험이 되니, 그걸로 글이라도 쓰면 본전이라고. 그게 글이라는 무기를 가진 작가의 특권이라고.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