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4일(목)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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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일러 실이나 기계가 있는 쪽으로 머리를 두지 마라 " 우연히 본 풍수지리 관련 유튜브 동영상에서, 그 분야의 전문가가 가구 배치에 대한 조언을 구한 누군가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그 이유는 '머릿속이 복잡해지거나 생각이 소란스러워져서 잠이 잘 못 자게 된다' 고 했다. 무슨 이유인지, 며칠 동안 그 말이 껌딱지처럼 머릿속에서 붙어서 떨어지지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머리맡에 떡하니 위치한 에어컨부터, 그 뒤를 지나면 베란다에 놓인 세탁기 그리고 몇 발짝 더 가면 보일러 실이다. 무더운 여름밤이면 윙윙 되는 에어컨 소리에, 에어컨을 껐다 켰다를 반복하다 잠을 설치기 일쑤였고, 지난 몇 년간 이상하게 머리가 복잡했던 일들이 많았다는 사실이 떠오르면서, 그 원흉이 바로 침대의 위치일지도 모른다는, 나름의 추측에 이르게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커피 한 잔을 내리면서 침대를 옮길지 말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까짓 거 침대 옮기는 게 대순가, 고민은 무슨... 일단 해보자 맘을 먹고, 소매를 겉어 부쳤다. 그러나 침대는 혼자 움직이기에 너무 크고 무거웠고, 낑낑거리며 간신히 45도 정도 침대를 돌린 순간, 방향을 바꾸면 각종 침구류를 수납해 놓은 침대에 딸린 두 개의 서랍이 벽 쪽으로 향하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새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옷소매로 문지르며 또 고민에 빠졌다. 서랍을 포기하고 침대를 돌려 말아? 그렇다면 이 속에든 물건이 갈 곳은 어디? 삐딱한 침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이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하다가,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음이 났다. 지금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하는 한심한 생각이 번쩍 들어서였다. 시계를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침대를 원위치로 다시 밀어붙이고 털썩 침대에 누워 천장을 멍하니 보며 속으로 외쳐본다. '풍수지리는 무슨, 다 내 할 요량이지. 에어컨은 가능한 자재 하면 되고, 잡생각은 싹 비우면 되는걸. 일단 이제 침대 옮길 생각은 싹 지웠다. '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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