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금)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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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 몇 달 전부터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치솟는 물가에 조금이라도 절약을 해보자는 마음도 있었지만, 생활비를 제외하고 내가 돈을 어디에 쓰는 지를 들여다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인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 나이 먹도록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는 사실이 한심스럽기도 하지만, 길어진 인생 앞에 이제라도 제대로 알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부척 들었다. 삶에서 회사와 일을 걷어내고 나니, 그 공백을 채울 만한 다른 것들이 필요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그 공백을 채워질 것이라 믿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세상이 정해준 대로 남들처럼 사는 것이 너무 익숙한 나머지, 내가 살고 싶은데로 살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그게 무엇인지 여전히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 지에 대한 자각이 절실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입이 줄어든 만큼, 어쩔 수 없이 소비는 신중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금을 쓰는 이유... 그 진짜 이유는 뭘까?(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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