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일(화)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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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자식이, 그럴 줄은 몰랐어. " 나를 보자마자 분노에 찬 서슬 퍼런 얼굴로, 거침없이 내뱉은 후배 Y의 첫마디다. 그녀는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밤새 울분을 삼키지 못하고, 출근을 하던 발걸음을 돌려 우리 집으로 온 것이다. 그녀보다 세 살이 아래인 남자 팀장은, 작년 초 그녀에게 약속했던 팀장으로의 승진을 모른척했다. 그것도 모자라, 최근에 팀으로 옮겨온 자신의 후배를 팀장으로 승진시키고, 그녀를 막 생긴 신생팀의 프로젝트 장으로 보냈다. 말이 좋아 프로젝트 장이지 맨땅의 헤딩은 기본이고, 잘하면 그만이고 못하면 욕먹기 딱 좋은 자리다. 나 또한 그런 상황을 격은 적인 있는지라, 그녀가 얼마나 분통 터질지는 이해가 되고도 남으리라. '인생'이라는 명작을 쓴 중국의 위화 작가는 그의 에세이에서 이렇게 썼다.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은 쌘 독침을 맞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누가 나에게 독침을 쏜 것인가가 아니라, 내 몸에 쏘인 독을 제거하는 것이다. ' 만약, 그때 나에게 해를 가한 그 누군가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 판단력을 잃게 되면, 그 사이에 몸속으로 깊숙이 스며든 독 때문에, 내가 먼저 죽고 만다고 했다. 그녀는 오늘도 당당히 회사를 활보하는 그를 향한 원망과 분노를 키울 것이 아니라, 지금 그녀가 처한 상황을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편이 나을 터였다. 나는 그녀를 부드러운 시선으로 물끄러미 보다가, 그녀의 손을 잡고 집을 나왔다. 한적한 공원의 산책로를 말없이 걷다가, 5월의 햇살이 내리쬐는 잔디밭에 나란히 누웠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 인생에서 이길 필요가 없는 상황도 있는 거야. 그냥, 그런 놈한테는 먼저 지는 쪽이 나아. 인과응보라고 했어. 언젠가 똑같이 당할 거다." (아네고 에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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