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일(수)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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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맛있는 어묵 볶는 냄새..."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여니, 고소한 참기름 향과 짭조름한 간장의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사정없이 군침을 삼키게 하는 이 냄새는... 근처 학교의 식당에서 나는 것이 분명하다. 최근 거리 두기의 완전 해제로 다시 학식이 시작되었으리라. 엄마가 싸주던 도시락이 사라진 점심은 왠지 허전할 것도 같지만, 막 지어낸 따끈따끈한 밥과 날마다 새롭게 등장할 반찬을 기대하는 즐거움도 색다를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나의 학창 시절에는 도시락 반찬을 책임지는 무적의 삼총사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지금 내 식욕을 자극하는 어묵볶음이고, 그다음은 계란물을 무쳐 부쳐낸 분홍 소시지, 마지막은 참기름과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린 단무지 무침이다. 이 삼총사들은 하나씩 따로 먹어도, 밥에 몽땅 넣고 비벼 먹어도 그 맛이 절묘했다. 3교시가 끝나면, 어김없이 아침을 거르고 온 허기진 친구들이, 창가에 나란히 서서 허겁지겁 도시락을 먹었다. 짧은 쉬는 시간 동안 순식간에 도시락을 뚝딱 해치우고, 활짝 열린 창문으로 부채질을 해대며 환기를 시키곤 했는데, 4교시 수업을 담당하던 선생님은 교실 문을 열자마자 큰소리로 외쳤다. " 또, 누가 고새를 못 참고 도시락을 까먹은 거야? 먹고 졸면 가만 안 둔다. " 반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터지고, 활짝 열린 창문으로 기분 좋은 바람이 불었다. 오늘 점심엔, 오랜만에 그 시절을 떠올리며 도시락을 먹어야겠다. 물론, 편의점 도시락이겠지만...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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