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일)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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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고모, 나 내년에 대학 못 갈 것 같아 ~" 중간고사를 망쳤다고 나에게 전화를 걸어 툴툴 되던 큰 조카가, 마지막에 하늘이 무너져 내릴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는 어느새 고3이 된 조카가 기특하기도 신기하기도 해서, 연신 미소를 지으며 말없이 조카의 넋두리를 들었다. 속상한 마음을 나에게 한참을 쏟아내고 좀 진정이 된 듯한 조카에게, 나는 말했다. " 긴 인생, 조금 돌아가도 쉬어 가도 괜찮아. 너희는 백 살도 넘게 살 텐데 뭐..." 조카는 무슨 할머니 같은 소리냐고 깔깔 되었지만, 나는 그녀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100세 시대라고 하는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100세까지 살 마음도 없으며, 그저 80세까지만 살아도 만족한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100세가 되어서 이제 만족하냐고 물으면, 모두 다 더 살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온다고 했다. 그 이유는 100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행복감과 번뇌가 없는 자신만의 세계관이 펼쳐지기 때문이란다. 길어진 인생, 우리에게 주어진 보너스는, '정주행만이 답이 아니라 샛길도 빠지기도 하고, 딴 길로 돌아가도 괜찮다'가 아닐까. 본인만 상관없다면 말이다. 정주행만 해온 인생은, 성공적인 인생일지도 모르지만 왠지 좀 심심할지도 모른다. 나는 내년이면 스무 살이 되는 조카가, 정주행으로 향하는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조금 늦어도 그 과정을 즐기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하고 응원해 본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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