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은 관찰이다 ' 일본의 유명한 일러스트 작가이자 만화가는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을 해도 인체를 그리는 것이 좀처럼 늘지 않는다면, 관찰력이 부족하거나 잘 그리려는 의지가 부족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몇 년째 꾸준히 그림을 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을 그리는 것이 어려운 나의 경우는, 아마도 전자일 것이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주의를 기울여서 사람들을 관찰해 보자 마음을 먹었다. 날마다 가는 산책길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움직임과 표정 등이 포착되어 생각보다 재미가 있었다. 오늘도, 내 앞을 걸어가는 한 아주머니와 강아지의 뒷모습에 두 눈을 떼지 못하고, 자석에 끌려가듯 걸음을 옮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오로라 빛 광채와 검은 물체가 내 눈앞으로 쏟아지듯 확 치고 들어왔다. 깜짝 놀라 순간 뒷걸음을 치고 정신을 차려보니, 번쩍번쩍 빛이 나는 선글라스에 검정 두건과 챙이 넓은 모자를 쓴 여자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다가, 딴 곳에 정신이 팔린 내가 피하지 않자, 그냥 내 앞으로 돌진한 것이다. 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그녀를 빤히 보다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오로라 빛 광채를 뿜으며 목도리도마뱀처럼 두건을 펄럭이며 걷는 그녀의 모습이 마치 영화 속 외계인 같았다. 관찰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도 효과가 있음에 틀림없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