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1일(수)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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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이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 - 바람에 아카시아 향이 솔솔 묻어나는 5월의 주말, '하늘의 색' 이란 저런 것이란 걸 보여주듯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한 하늘과, 쏟아지는 투명한 햇살에 눈이 부셨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야근이 예약된 나는, 창가에 우두커니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마치 외출금지령이 떨어진 아이처럼, 서러운 마음에 울컥해졌다. 그때, 옆자리 선배가 켜놓은 라디오에서 그 노래가 흘렀다.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 - 나는 노래 가사처럼, 거리도 걸어보고, 칵테일에 취해도 보고, 전시회도 가고, 꽃을 전해주는 연인도 만나고 싶어서...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선배는 그런 나를 힐끔 보더니, 라디오의 볼륨을 높이며 무심하게 말했다. " 맘 비워라, 쉽게 안 끝난다, 오늘 회의.... " 그러고는, 놀리듯이 얄밉게 노래를 따라 부르며 가볍게 어깨를 들썩였다. 그 당시 이 노래는 빅 히트를 했고, 화창한 봄날의 주말이면 어김없이 길거리는 물론이고, 달달한 누군가의 사연이 담긴 신청곡이 되어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여전히 회사가 낯선 신입이었던 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친구들과 대학 캠퍼스를 활보하던 5월의 봄을, 얼마나 간절하게 그리워했던지 모른다. 어느새 하얀 눈송이처럼 만개한 아카시아가, 그때처럼 바람결에 흔흔한 향기를 뿜어낸다. 오늘은 하루 종일 '칵테일 사랑'을 흥얼거리며, 모처럼 주말 나들이를 계획 봐야겠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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