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일(화)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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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끗해진다는 건...' 내 양손 사이로 몽글몽글 새하얀 거품이 올라온다. 알록달록한 얼룩들이 나의 부드러운 손놀림과 함께 녹아내리자, 매끈한 알몸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깨끗해진다는 건... 나에겐 설거지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나는 가장 먼저 설거지를 한다. 커피잔, 간식 접시, 와인 잔... 보통 몇 가지에 불과한 설거지 거리지만, 나는 미지근한 물을 졸졸 흘려 초벌을 한 후에, 세제를 뿌린 수세미로 정성껏 닦는다. 그 순간, 나 또한 어제의 오물을 말끔히 씻어내고 다시 깨끗해지는 기분이 든다. 나는 언제나 우리 집 부엌에서 설거지 담당이었다. 엄마와 언니가 부엌을 잔뜩 어질러 가며 음식을 만들면, 나는 그녀들의 동선을 따라다니며 뒤처리를 했다. 그렇게 설거지는 자연스레 내 몫이 되었다. 가끔씩 산더미처럼 쌓이는 설거지 더미를 볼 때마다, 짜증스럽고 귀찮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설거지라는 행위에 진심으로 집중하게 되면서 달라졌다. 세상에 모든 일들이 이 사회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장기와 같듯이, 설거지든 청소든 이것 또한 내 몸을 깨끗하게 하는 일중에 하나란 걸 깨달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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