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2일(목)

by anego emi

" 스타벅스에서 카피를 마시면서 좋아하는 책 이야기를 하고 싶어 " 나와 같이 일본 어학원을 다니던 미국에서 온 제니퍼는, 읽고 있던 책을 경쾌하게 덮으며 말했다. 그 책은 다름 아닌 오바마 대통령의 자서전이었다. 그녀가 커피를 마시며 도란도란 책 이야기를 하고 싶은 주인공은 바로, 미국인들의 존경과 사랑을 듬뿍 받는 오바마 대통령이었다. 그 당시 나는 정치에 상당히 무관심했고, 단 한 번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기에, 그녀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다가 문득, 그녀가 조금은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흔히 대통령 하면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온갖 질책과 비난, 비리 등이 꼬리처럼 따라붙는 부정적인 대상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공유하고 싶은 친근한 벗으로 떠올린다는 사실이 신기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순간, 상상해 보았다. 커피를 조심조심 홀짝이는 제니퍼 앞에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앉아있는 오바마 대통령을...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근사했다. 언젠가 제니퍼를 다시 만나게 되면, 나는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 대학시절부터 자주 갔던 북촌의 전집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인생 이야기를 하고 싶어. "나와 막걸리 잔을 부딪히며 이야기를 나눌 주인공은, 이제 평범한 자연인으로 돌아가신 문 대통령이다. 티브에서 당차게 연설을 하던 모습과 코로나로 고생하는 국민들을 안타까워하던 그 촉촉한 눈빛은 다시 볼 수 없지만, 나는 이 봄날이 가기 전에 북촌의 단골집에 들러서 막걸리를 시원하게 비우고, 마음속으로 그분을 초대해서 기분 좋은 농담 같은 인생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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