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토)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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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오늘이다." 봄이 오는 걸 더 신나게 하는 그날... 프로야구 개막전. 마흔이 넘어 처음으로 한 달가량, 아버지와 함께 매일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아카시아가 흐드러지던 5월이었는데, 오후가 되면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모시고 가볍게 산책을 갔다가, 적당히 어둠이 내려앉은 거실에 나란히 앉아, 함께 야구를 봤다. 그 당시 야구라고는 '야'자도 몰랐으며 관심도 없었지만, 무뚝뚝한 경상도 부녀 사이에 감도는 침묵과 어색함을 커버하기엔, 이 스포츠만 한 게 없었다. 어떤 날은, 치킨과 맥주를 마시며, 적당히 알코올이 오르면, 티브 속 응원단장의 구호를 따라 하기도 하고, 결정적인 순간 어쩌다 홈런이라도 치면, 나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아버지와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야구에 재미를 부치게 되었고, 아버지에게 이것저것 야구에 대한 규칙을 물으면서,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조금씩 늘어갔다. 그렇게 야구팬이 된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아버지와 내가 응원하는 팀은 (부산 출신답게 롯데 자이언츠다) 그동안 한 번도 우승을 한 적이 없었고, 심지어 준프로 오프에 진출한 적도 없는 저조한 성적이다. 그래도 나는 자식을 포기 못하는 부모 같은 마음으로, 올해도 변함없이 티브 앞에 앉아서 응원을 한다.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어 청소를 하고, 빨래를 돌리고, 단골 시장 통닭집에 전화를 걸어 닭 한 마리도 주문하고, 물론, 맥주도 시원하게 냉장고 속에 쟁여두었다. 오늘따라 날씨가 어찌나 좋은지 구름 한 점 없다. 야구 보기 좋은 날이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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