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7일(일)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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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와, 칼국수 할아버지다!" 몇 달 만에 등장한 할아버지의 칼국수 트럭을 발견한 나는,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갔다. 할아버지는 밭에서 직접 기른 콩을 갈아 넣고, 두툼한 손으로 몇 번이고 치대어 만든 반죽을, 네모난 중식도로 일정한 간격으로 잘라냈다. 하얀 밀가루가 잔뜩 묻은 칼국수 면을 엉키지 않도록 툴툴 털어내고, 제법 굵직한 두 뭉치를 인심 좋게 스티로폼 접시에 담았다. 나는 그 광경을 뭔가 재미난 구경거리라도 되는 듯 빤히 쳐다봤다. 할아버지는 그런 나를 힐끔 보더니, 무심하게 칼질을 하며 말했다. " 뭐 대단한 거라고, 그리 열심히 보누? " 나는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달뜬 아이처럼 말했다. " 그럼요, 얼마나 대단한데요. 할아버지 칼국수 쫄깃쫄깃 너무 맛있어요. 진짜 먹고 싶었는데요. " 무표정한 할아버지는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를 지으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 그라믄 국숫집이 몇 년인데... 힘들어 가게 닫기 전엔 단골도 억수로 많았어. " 나는 말 잘 듣는 학생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 말해 뭐 할까. 할아버지가 끓여 낸 칼국수는 분명 맛있었을 것이다. 나는 할아버지 국숫집의 칼국수를 떠올리며, 부족하지만 나름 애를 써서 육수를 내고, 칼국수를 끓여 오늘 점심으로 맛있게 먹어야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 할아버지는 그런 내 맘을 눈치챘는지 칼국수 뭉치를 검정 봉지에 담아 나에게 내밀며 말했다. " 맹물 말고 다시마하고 멸치 한 줌 넣어서 육수 내서 끓여먹어. 그라고 너무 오래 삶으면 맛없어. "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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