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서도 좀 예쁘게 입어~ " 아침 샤워를 하고, 목이 늘어난 맨투맨 면 티를 꺼내 입으려다가, 문득 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언제부터인가 봄이면, 족히 5년은 더 된 낡은 면 티와, 무릎까지 오는 색이 바랜 후드 원피스, 군데군데 보프 레기가 핀 검정 레깅스, 무릎이 튀어나온 물 빠진 청바지 등을 돌려 입고 있다. 출근은 물론이고 좀처럼 외출을 하지 않으니, 지난날 나의 봄을 책임지던 하늘하늘한 블라우스며, 주름을 잡아 잘 다린 셔츠, 화사한 색깔의 니트 카디건, 스트라이트 통치마 등은, 모두 제 쓰임새를 잃어버린 채, 몇 년째 옷장 속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어쩌다 우연히 눈에 띄면, '내가 이런 옷이 다 있었구나' 하며 잠시 꺼내 보다가, '그래, 담에 나갈 때 입어야지' 하고 다시 넣어둔다. '입지 않을 옷'이라면 버리면 그만 일터이지만, 이것은 좀 다른 문제다. 이 옷들은 '입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입을 명분 이 없는 것'이다. 그 이유는 나에게 집이 일터이자 작업실이자 카페이자, 약속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래, 엄마의 말처럼 집에서도 이왕이면 이쁘게 차려입고 뭐든 하자. 이제부터, 너희들은 더 이상 '외출복'이 아니다. '집복', 즉 집에서 입는 옷으로 명한다. 오늘은, 아끼고 아끼던 레몬색 블라우스와 카키색 면바지를 입고 하루를 시작해 봐야겠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