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수)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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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비가 오네 ~" 한두 방을 떨어지던 빗줄기가 금세 굵어졌다. 나는 후드티의 모자를 눌러쓰고, 공연 포스터가 붙은 공원 앞 셸터 속으로 뛰어들었다. 나와 거의 동시에, 아주머니 한 분이 메고 있던 손가방을 머리 위로 올리고 급히 뛰어들었다. 비가 더 쏟아지기 전에, 얼른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나는, 옆에 서있는 아주머니를 힐끔 쳐다보았다. 아주머니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주 여유롭게 핸드폰을 꺼내 만지작거리며, 무슨 재미난 뉴스라도 발견했는지 연신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미소는 '좀 기다리면 되지, 뭘 그리 서둘러? '하고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 평소보다 일찍 나왔으니 느긋하게 여유를 부려도 괜찮지 않은가. 흰색의 물감을 잔뜩 풀어놓은 것 같은 흐린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봤다. 그 속에 희미한 핑크색과 하늘색이 덧칠을 한 것처럼 군데군데 묻어있었다. 분명, 비가 올 날씨는 아니라는 증거다. 그렇다면 이 비는 소나기다. 갑자기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소나기... 내 인생에서 쏟아지던 그 수많은 소나기들을, 나는 앞뒤 안 가리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그저 서둘러 피해만 가려고 얼마나 애를 썼던가. 그럴수록 나는 남들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젖기만 했을 뿐이었다. 지금처럼, 잠시 멈춰 서서 내리는 비를 지켜보면서, 이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면 좋았을 것을. 이 또한 지나가고, 지나가면 아무 일도 아니라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나는 눈을 지그시 감고 빗소리를 들어본다. 후드득후드득 ~ 빗소리에, 아이들의 웃음소리,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자전거의 벨 소리가 기분 좋게 섞여서, 내 귓가를 맴돈다. 다시, 눈을 뜨니 어느새 빗줄기가 투명한 실처럼 가늘어졌다. 소나기가... 지나갔다. 다시 산책길에 나서야겠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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