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9일(목)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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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막 무쳐서 더 맛있겠네 ~" 단골 반찬가게 어머님이 새빨간 콩나물무침을,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에 수북하게 담아주며 말했다. 은빛 스테인리스 볼에 고봉처럼 쏟아 오른 콩나물 더미에서, 고소한 참기름 향이 폴폴 샘솟아 오른다. 나도 모르게 꿀꺽하고 군침을 삼키고 만다. 고작 이천 원을 내고, 한 끼를 먹고도 남을 나물 반찬과, 집 밥이 최고라는 살가운 어머님의 덕담까지 들은 나는,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이 동네야말로, 우리 엄마를 대신해서 나를 먹여 살리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가는 과일 가게 주인아저씨는, 매번 어설프게 사과를 고르는 나를 가볍게 밀치고, 봉지에 담긴 사과들을 요리조리 살핀 후, 알이 굻고 적당히 익은 것으로 골라, 나에게 내밀며 찡긋 웃는다. 삼일에 한번 꼴로, 내 점심을 책임지는 김밥 집 어머니는, 내가 좋아하는 유부 김밥에 밥보다 더 많은 양의 유부와 야채들을 넣고, 작고 야무진 손으로 꼭꼭 눌러 싸서 나에게 건네며 기분 좋은 감사의 인사를 한다. " 우리 집 유부 김밥, 언제나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워요. " 목요일마다 오는 건어물 트럭 아저씨는, 내가 들릴 때마다 휴대용 가스버너에 잘 말린 노가리 두 마리를 노릇노릇 구워 주며 무심하게 말했다. " 안 사도 되니까, 먹어나 봐요. " 오물오물 맛있게 먹는 나를 빤히 보던 아저씨는, 내가 주문한 노가리에 한 줌을 더 얻어주며, 눈도 마주치지 않고 혼잣말처럼 내뱉는다. " 이것도 생선이니 꼭 냉장 보관해요. " 주렁 주정 복주머니처럼 검정 봉지를 들고, 나는 대단한 쇼핑을 한 것처럼 행복해진다. 이 동네에 이사 온 후로, 어느 작가의 책 제목처럼, 마음이 좀처럼 가난해지지 않는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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