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금)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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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취임 인사를 얼마나 멋지게 했는지 아니? " 엄마는 성당에서 만든 노인대학에 초대 대표로 추천되었다고 했다. 몇 번 거절을 하다가,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수녀님의 간곡한 부탁으로 마지못해 수락을 했으며, 짧고 명확한 자신의 의사를 밝힌 취임사에서, 그간 얽히고설켰던 성당에서의 인간관계 등에 관한 오해를 풀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오해에 관한 풀 스토리를 나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 이유는, 며칠 전 8시 뉴스가 시작될 무렵에 엄마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 뉴스가 끝날 때까지 목청을 높여가며, 이미 한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이전 같았으면 벌써 다 들은 이야기라고 쏘아붙였겠지만, 오늘은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약간의 디테일이 달라진 엄마의 이야기를 묵묵히 다시 들으면서, 나는 문득 생각이 들었다. 자존심이 강한 편이며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엄마는, 여고 동창회에서 회장직을 맡기도 하고, 노래를 좋아해서 합창단에 가입도 했지만, 부담 없이 자신의 속내와 고민을 시시콜콜 털어놓을, 진짜 친구가 없는 것은 아닐까. 말하자면, 언제나 내 편을 들어주는 친구, 끈끈한 유대로 무한 신뢰를 주는 친구,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귀 기울이게 하는 친구... 엄마와 길고 긴 통화를 끝내고, 나는 다짐을 해본다. 앞으로 나는 엄마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주겠다고.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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