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3일(월)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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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손 앓이' 손가락이 발갛게 달아오르며, 마치 후~하고 바람을 불어넣은 것처럼 손가락이 팽팽해지면서, 욱신욱신 쑤셔대는 증상이다. 이 통증은 생각보다 강렬해서 조금만 건드려도 눈물이 찔금 나면서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나는 이 생손 앓이를 중학교 때 겪은 적이 있다. 어느 날 집으로 놀러 온 음대 교수인 엄마의 친구가, 중학생이 되자 부척 커진 내 키와 길어진 팔과 다리를 보더니 말했다. " 어머나, 첼로 하면 딱 좋은 신체조건이야. 엄마 닮았으면 음악에 소질도 있을 것이고... " 친구의 말에 고무된 엄마는 무리를 해서 연습용 첼로를 사고, 교수 친구의 소개로 첼로 전공의 대학원 생을 선생님으로 섭외했다. 어부지리로 첼로를 배우게 된 나는, 저녁마다 골방에 갇혀 첼로 연습을 해야 했는데, 6개월이 지나자 왼 손가락이 벌겋게 부어오르며 생손 앓이를 시작했다. 선생님은 그 손을 빤히 보더니 빙긋 웃으며 말했다. " 이걸 몇 번은 호되게 앓아야 손가락이 면역력이 생기면서 강해지는 거야. 아프다고 가만있지 말고 더 집중해서 손가락을 움직여봐. 그러면 감쪽같이 안 아픈 순간이 온다. 그때 손가락이 힘을 내는 거야. " 나는 일 년에 몇 번씩 발뒤꿈치가 아프다. 왼쪽이 아팠다가, 며칠 있으면 오른쪽으로 옮겨간다. 제대로 설 수도 걸을 수도 없을 것 같은 찌릿한 통증이 느껴진다. 나는 그때마다 차분하게 숨을 내쉬고, 천천히 걸음을 내디디며 뒤꿈치의 통증에 집중해 본다. 그렇게 조심조심 아픈 발을 쩔뚝이며 걷다 보면, 어느새 중학교 시절 생손 앓이에서 경험했던 놀라운 기적이 내 발에서 재현된다. 첼로 선생님의 말처럼 통증의 강도가 약해지자 내 발이 힘을 내고, 약해진 면역력으로 인해 생긴 염증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아픔은 지나가고 그만큼 나는 강해진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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