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많은 통들이 다 어디서 온 걸까? " 까치발을 하고 연 찬장에서 사각의 플라스틱 통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엄마 집에서 반찬을 실어 나르지 않은지는 몇 년도 더 되었고, 스스로 필요에 의해 사들였을 리도 만무했다. 크기도 가지각색인 통들을 하나씩 주워 들어 가지런히 정리를 하면서, 나는 생각에 잠겼다. 길쭉한 이 통은 요즘 연락이 뜸한 후배 K가 작년에 김장김치를 담아 왔고, 오렌지 색의 이 통은 가족과 다름없는 언니 J가 내가 좋아하는 김치전을 먹기 좋게 잘라서 담아주었다. 어디 그뿐인가. 혼 밥과 집 밥의 달인인 요리하는 남자 후배 K가 견과류를 듬뿍 넣고 볶아온 멸치볶음 통, 같은 동네에 사는 H가 묵은 김장김치를 씻은 후 들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온 통, 술친구인 Y가 와인 안주에 그만이라며 직접 담근 피클을 가득 담아준 통... 하나하나 지인들의 마음과 사연이 담긴 통들이다. 그러고 보니, 이 통들은 나에게 선물상자와 같다. 선물은 야금야금 내가 다 먹어치웠지만, 상자는 이렇게 남아서 나를 또 행복한 추억에 잠기게 한다. 이번 주말에는 이 상자에 맛있는 선물을 담아 지인들에게 보내야겠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