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 그럼에도 불구하고.

by anego emi


테니스 공의 용도


새벽녘이면 어김없이 어깨가 아프다. 비몽사몽 졸린 눈과 축 처져 지친 몸을 무찌를 만큼. 이런... 오늘도 잘 자긴 걸렀다. 오십견으로 추측되는 이 어깨의 통증은 20년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생계를 유지해온 직장인 여인이 감당해야 할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는 후유증이다. 밤새 뒤척 되는 내 몸과 함께 침대 위를 영혼 없이 뒹굴고 있는 요 테니스공. 이 녀석의 용도는 밤이면 밤마다 쿡쿡~ 쑤셔되는 손이 닿지 않은 어깨 뒤쪽을 혼자 마사지하기 위한 용도다. 신기하게도 기특하게도 이렇게 어깨 뒤쪽, 날갯죽지에 이 녀석을 가만히 놓고 지그시 눌러주기만 해도 그리고 위아래~ 위아래~살짝 굴려주기만 해도 깜쪽같이 시원해진다. 아니 잠시나마 통증은 단단한 공이 누르는 무게감으로 수그러진다. 상상이나 했을까? 20살 지나 30살을 넘어 40살이 되어서야 알게된 이 테니스 공의 기묘한 활용도를 … 아마도 누군가에게 이 우스꽝스러운 풍경을 어쩌다 들켰다면 다소 무안함을 넘어 매우 궁상스러울지도 모른다. 갑자기 혼자 머쓱해져 나도 모르게 어둠 속의 주위를 한번 둘러본다. 그리고 그후도 오랫동안 나와 테니스 공의 징글징글한 움직임은 이 밤의 끝을 잡고 멈출 수가 없다. 어깨가 아픈 건, 진짜 아픈 건, 너무 아픈 거니까.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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