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 그럼에도 불구하고.

by anego emi
혼자 밥 먹기 좋은 타이밍

프리랜서를 선언한 이후, 끼니를 챙겨 먹는 것은 매일 풀어야 할 하나의 숙제다. 아무것도 안 먹고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정성스레 나를 위해 요리를 하고 잘 차려내고 하는 것이 나에겐 아직도 그저 오버 섞인 우왕처럼 느껴진다. 빵을 싫어하는 나에겐 김밥이라는 녀석은 든든하고 간편한 최적의 끼니임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러나 문제는 가끔은 2가지 이상의 반찬이 놓인 밥상이 그립다는 것. 그럴 땐 외식을 결심하게 된다. 혼자 밥 먹는 것이 더 이상 누군가에게 낯선 풍경도 선입견을 자아내는 행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12시 언저리의 소위 바른생활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에 불쑥 식당에 들어가 "몇 분이세요? "라는 질문에 ‘혼자’라고 당당히 대답하고 식탁을 차지하기엔 약간의 용기와 뻔뻔함이 필요하다. 혼자 밥 먹으러 온 것이 민폐도 실수도 아닌데 말이다. 그렇다고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2시 이후에 밥을 먹으러 가면 막 전쟁 같은 점심시간을 치르고 난 뒤에 한숨을 돌리며 오손도손 식사를 하고 계시는 식당 어머니들의 황금 같은 소중한 시간을 방해하게 된다. 입안 가득 밥과 반찬을 씹다 가 식당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를 보며 급히 일어서는 그분들을 보는 것은 죄송한 마음까지 들어 머뭇거리게 된다. 그래서 가장 놓은 타이밍은 1시 반 경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식사를 마치고 다시 생업으로 돌아 간 시간이기도 하고 점심시간을 놓친 몇몇 직장인들의 여유로운 식사가 진행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 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으며 미안한 마음을 느끼지 않으며, 혼자 밥을 먹기에 최적의 타이밍인 것이다. 지겹도록 회사 밥도 먹고 동료들이랑 몰려다니며 밥을 먹었기에 혼자 먹는 밥시간이 그리운 적도 많았는데 이런 아이러니가 있나? 혼자 밥 먹기 위해 별 별 것들을 다 신경 쓰고 고민하는 내가 우습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 이런 솔직한 걱정거리야 말로 누구나 풀어야 하는 인간적인 숙제인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 세계를 다 털어 생각해도 혼자 먹는 우아한 식사는 그리 쉽지 않은 것 같다. 달그락달그락 상대방의 밥그릇 소리가 젓가락질 소리가 귓가에 맴돌 때 식욕은 신을 내고 입맛은 흥이 나는 것 같다. 뭐 그렇다고 혼자 먹는 밥이 맛이 없는 건 아니다. 맛있는 밥은, 맛있는 음식은 언제나 맛있으니까. 먹어야 사는 것이고 먹는 것이 바로 내가 되는 나이니까...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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