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분' - 사람들이 자신이 놓아둔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 헤매는데 쓰는 하루 평균시간이라고 한다. 어디 물건뿐인가. 나는 그려놓은 일러스트나 참고 자료 등을 찾느라, 날마다 수십 개의 폴더들을 뒤적이며 시간을 낭비한다. 분명히 이 폴더에 넣어둔 기억이 또렷한데, 누가 몰래 지우기라도 한 것처럼 사라지고 없다. 진행 중인 일은 바탕화면에 그냥 깔아 두면 좋으련만, 결벽증인지 까탈스러운 성격 탓인지, 나는 반드시 별도로 외장하드 속 폴더에 옮겨놓는다. 이 행동은 습관적으로 컨트롤 S(저장을 위한 단축키)를 누르는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이뤄진다. 인간의 뇌는, 강하게 각인된 일만 적극적인 반응을 하고, 나머지 일들은 맥락 없이 대충대충 처리한다고 했다. 저장하는 걸 기억했으면, 그걸 어디에 저장했는지도 자동으로 기억해 주면 좋으련만, 뇌는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음에 틀림없다. 매번 기억하려고 폴더의 이름을 소리 내어 말해보지만, 하루에 몇 개의 이름이 연달아 불리면서, 뇌는 또 혼돈의 도가니에 빠지고 만다. 그러고 보면, 인간의 기억이란 참으로 무력하다. 내가 기억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정확하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나이가 들수록 점점 확실해지는 생각은 '내가 틀릴 수도 있다'이다. 기억에 의존해야 하는 순간이면, 이걸 잊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남들 또한 다르지 않을 터이다. 그러니 누군가의 잘못된 기억이 불러온 실수에도, 조금은 관대해져야 않을까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