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8일(수)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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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다이어트는 물론, 마음고생이죠 ~" 우연히 돌린 홈쇼핑 채널에서 다이어트 식품을 소개하는 쇼호스트가 우스갯소리처럼 말했다. 자신들이 소개하는 제품보다 더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은, 마음고생뿐이라는 걸 은근슬쩍 강조하고 싶었을 터였다. 나는 순간, 그 말에 피식~하고 웃음이 났지만, 금세 씁쓸해졌다. 나는 쇼호스트의 말처럼 심한 마음고생으로, 숨만 쉬는데도 살이 빠진 적이 있었다. 회사를 그만둘 무렵이었다. 무리하게 진행하던 일은 줄줄이 엎어지고, 중요한 프레젠테이션 코앞으로 다가오는데, 아무리 머리를 짜도 쓸만한 아이디어는 나오지 않았다. 회사의 모두가 주목하던 치열한 경쟁에서 결국 패배한 나는, 도망치듯 늦은 여름휴가를 내고 혼자 여행을 떠났다. 참으로 오랜만에 마음이 가벼웠다. 다시 돌아가면 새롭게 시작할 수 있으리라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나 돌아오니 엄청난 반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믿었던 팀의 직속 후배가 소위 내 등에 칼을 꽂은 셈이었다. 그간의 모든 일들이 어그러짐의 중심에 내가 있었음을, 그녀의 눈물 어린 읍소로, 본부에 소문이 자자하게 나 있었다. 반격의 타이밍을 놓친 나는, 힘없이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배신감의 충격에 말을 잃고, 식욕을 잃고, 의욕을 잃었다. 그때만 해도 낯설었던 번아웃이 내게 온 것이다. 뒤돌아 보면, 아무렇지 않은 듯 툴툴 털고, 묵묵히 자리를 지켰더라면, 그 또한 지나갔을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숟가락 하나 들 힘이 없어서, 밥 한술도 넘길 수 없을 만큼 무기력했다. 한 달 만에 입던 옷들이 헐렁해졌다. 마음고생은 시간이 약이다. 퇴사 후, 그 약 덕분에 나는 다시 살이 찌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무리 살을 빼고 싶어도, 그런 마음고생은 다시 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마음 편히 살찌는 삶을 택하리라. 물론, 운동도 하면서 말이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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