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9일(목)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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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듣기' 최근에야 나는 내가 듣는 것에 취약하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망친 인간관계나 일들의 대부분은, 잘 듣지 못한 것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라도, 이런 불편한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 것이, 너무나 다행스러울 따름이다. 그렇다고 해서, 단박에 내가 잘 듣는 사람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 아직도 여전히, 대화 중에 상대의 이야기가 길어진다 싶으면, 얼른 잘라먹고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해진다. 오늘도 9시를 막 넘기고 걸려온 모 팀장님의 전화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귀를 기울이다가도, 그녀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와 관계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순간,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려는 말을 재빠르게 한 손으로 틀어막으며, 마음속으로 외쳤다. ' 일단, 무슨 이야기든 잘 듣는 것부터 하라니까~ ' 어느 유명한 마케터는 그의 저서에서 이렇게 썼다. '능력 있는 마케터가 되고 싶다면, 점쟁이처럼 들어라' 처음에는 이게 무슨 엉뚱한 소리인가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점쟁이야말로 전문적으로 잘 듣는 사람이 아닌가. 누군가 점을 보러 가면 그들은 자연스럽게 스스로 이곳에 온 이유를 털어놓게 하고, 결국 듣고 싶었던 말을 해줌으로써, 두둑한 복채를 받는다. 그 순간, 내 마음을 어떻게 족집게처럼 알아냈을까 하는 놀라운 생각이 들지만, 집으로 돌아와 차분하게 되짚어 보면, 내가 뱉은 그 수많은 말 틀 속에 이미 그 해답은 있었다. 단지, 점쟁이는 내 말을 잘 들음으로써 예리하게 집어낸 것에 불과하다. 마케터가 하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보다 해결책을 원하는 사람은 클라이언트이고, 이미 그는 수십 번도 더 그 문제에 관해 신중하게 고민을 하고 또 했을 터이니, 클라이언트의 말을 잘 듣는 것만으로 해결책은 이미 찾은 것이다. 잘 듣는 것... 그것만으로도 반은 성공이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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