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토)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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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 너에 대한 것이라면 알고 있어라는 의미의 미소다' 청춘의 슬픔을 담아낸 일본 영화 황색눈물에서 주인공은, 서로의 꿈을 쫓아 한 계절을 함께 보냈던, 친구들과 헤어짐의 아쉬움을 이 시로 대신한다. 나는 이 구절을 떠올릴 때마다 미국에 있는 내 베프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그녀야말로 '너에 대한 것이라면 내가 좀 알고 있지'라는 차분하고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언제나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내가 무엇을 하든 내 결정을 존중해 주고, 진심 어린 응원을 해준다. 우정이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않아도 쌓을 수 있다는 걸, 그녀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녀를 알고 지낸 것은 대학 시절부터였지만, 그때는 그저 가벼운 목례를 나누는 사이에 불과했다. 그러나 우연히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시 조우하게 되었고, 늘 분주하고 정신이 없었던 내 직장 생활에 관한 넋두리를, 그녀는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재밌어했다. 몇 년 뒤, 그녀가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갔고, 그곳에서 직장을 구하고, 간간이 메일을 보내며 서로의 안부를 묻곤 했다. 딱히 우리가 친해지기 위해 노력을 한 것도 아니고, 둘만의 잊지 못할 사건이나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해가 지는 것처럼, 때가 되어 그래야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게 되었다고 할까.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주말이면 가끔 샤도네를 마시며 영상통화를 한다. 무심한 서로의 일상생활을 털어놓으며, 별일 아닌 일에 까르르까르르 웃음 터뜨린다. 그리고 누가 먼저라고도 할 것 없이 주고받는 수다 속에 툭 하고 이런 말이 튀어나온다. " 그래.. 넌 그랬을 거야. 내가 너라면 좀 알지. "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눈부셨던 20대의 나, 턱까지 숨이 차 헐떡이던 30대의 나, 다시 꿈을 위해 도전을 했던 40대의 나, 그리고 여전히 열정을 품으려 애를 쓰는 나의 50대를 기억해 줄 유일한 사람, 나의 베프인 그녀에게 쑥스러워 한 번도 하지 못한 말을, 마음속으로 속삭여 본다. " 사랑하고 감사한다. 내 친구가 되어주어서 나는 정말 행복하단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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