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이소박이 ' 어제 열무김치를 사러 반찬가게 들렀다가, 살까 말까 망설였던 이 음식이, 아침부터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안 부리던 식탐이 웬일인지 최근 들어 툭하면 심술을 부린다. 딱히 대단히 먹고 싶은 것도 아닌데, 무조건 냉장고에 쟁여두어야 할 것 같은 묘한 불안감이 엄습한다. 고작 집에서 먹는 밥이라곤 하루 한 끼에 불가하면서, 마른반찬이며 나물이며 장아찌며 종류별로 죄다 쟁여놓고, 냉장고를 열 때마다 이걸 언제 다 먹어치우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이 또한 웃긴 아이러니다. 나의 이런 어처구니없는 식탐에 관한 넋두리를 듣던 모 후배는 말했다. " 언니가, 마음이 허해서 그런 거야. 뭐라도 채워놔야 허전함 마음이 덜하거든 ~ " 오랜만에 근처 지인들을 불러 모아 점심상을 차렸다. 다리품을 팔아 사 온 손두부를 푸짐하게 넣어 보글보글 된장찌개를 끓이고, 인상 좋은 정육점 사장님이 넉넉하게 담아준 한우 불고기를 구웠다. 싱싱한 제철 야채와 쌈 채소, 반찬가게에서 사 온 나물과 장아찌를 접시에 담고, 물론, 먹고 싶었던 오이소박이도 하얀 접시에 맛깔스럽게 담아냈다. 크지도 않은 집에 음식 냄새로 꽉 찬다. 그리고 네모난 상에 옹기종기 지인들이 모여든다. 달그락달그락 지인들이 내는 수저 소리를 들으며, 나는 크게 쌈을 싸서 입안 가득 밀어 넣어본다. 우걱우걱 씹어 꿀꺽 넘기자, 왠지 마음이 꽉 차는 느낌이 든다. 마음의 허기란, 이렇게 사람들과의 맛있는 점심 한 끼로 채워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