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6일(목)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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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 샤부샤부' - 옆 동네로 이사를 온 친구가 집들이를 겸한 점심 식사에 초대를 했다. 그녀는 여름을 위한 몸보신을 운운하며, 샤부샤부용 한우와 야채가 담긴 접시를 푸짐하게 한 상 차려냈다. 그녀는 자작하게 육수가 담긴 무쇠냄비에 가스 불을 켜며, 내 쪽으로 야채가 담긴 접시를 슬쩍 밀며 말했다. "이거 참나물, 취나물, 미나리, 고춧잎이야. 나물을 샤부샤부로 먹으면... 그 맛이 아주 기가 막혀. " 그러고 보니, 샤부샤부로 즐겨먹던 배추, 청경채, 치커리 같은 야채들 대신에, 나물을 넣을 생각을 왜 한 번도 못했을까? 역시 센스가 남다른 그녀 다운 아이디어다. 담백한 육수에 살짝 데쳐진 보들보들하고 향긋한 나물의 맛은 감탄스러웠다. 솔직히, 고기보다 더 감칠맛이 났다. 나이가 들수록 맛있어지는 우리의 소울푸드, 나물 - 나물이야말로 어른의 맛이 아닐까. 어린 시절 기암을 하던 이 푸성귀들이 그 어떤 음식보다 입맛을 당기고, 하루가 멀다 하고 밥상 위에 빠짐없이 차려낸다. 나는 고기에 나물을 돌돌 말아 시큼한 소스를 찍어 입안으로 가져간다. 씹을수록 담백한 나물의 맛이 고기와도 잘 어울린다. 은근한 자신만의 맛과 향으로 어떤 음식과도 조화를 이뤄내는 매력덩어리 나물 - 나는 문득 나물 같은 사람으로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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