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일 징크스' - 운명의 장난처럼, 생일날이면 일들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날따라 갑작스러운 야근에 주인공 없는 생파를 지인들끼리 하게 되거나, 그 반대의 경우엔 혼자 멀뚱멀뚱 몇 시간을 기다린 적도 있다.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자, 나는 생일이 별거인가, 그냥 혼자 자축하면 그만이다 하고 마음을 먹기로 했다. 그래도 내가 태어난 귀한 날이라고, 절친들이 생떼를 쓰며 모이자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집 근처의 맥줏집에서 조촐하게 맥주잔을 부딪히곤 했다. 케이크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여인들과 달리, 나는 케이크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 돈 내고 사 먹은 일은 거의 없으며, 내 생일 케이크도 예의상 한 입 베어 물고 만다. 언제부터인가 내 생일날엔 케이크가 없다. 케이크가 없으나 촛불도 없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생일을 축하하러 모인 지인들조차, 내 나이가 몇인지 매번 헷갈려한다. 마흔을 넘긴 후부터, 나이 한 살 더 먹는 날이 뭐 좋은 날이냐고 스스로 핀잔을 주면서, 생일에 더욱더 무덤덤해진다. 그러다가, 생일이 다가오면 한 번쯤은 고민에 빠지곤 한다. 올해는 어떻게 하지? 그래도 매번 잊지 않고 선물을 보내주는 지인들에게 밥이라도 사야 하는 것은 아닌가? 그러다가 또 걱정이 앞선다. 나보다 열 배는 바쁜 그들이, 일을 제치고 제시간에 모일 수나 있을까? 괜히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닐까? 그들이 나에게 성의가 없어서가 아니라,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 하는 서비스 업에 종사하다 보니, 자신의 스케줄 운운하며 거절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란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며, 넉살 좋은 나의 지인들은, 매번 내 고민을 눈치챈 것처럼 또 묻는다 " 이번에는... 생파는 하는 거냐? "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