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가 드니까, 뭘 자꾸 흘린다.' 모 여성 잡지의 편집장이 에디터의 페이지에, ' 나이 드는 추잡함에 관해서'라는 칼럼에서 쓴 글이다. 그녀의 요지는 나이가 드니, 자꾸 먹거나 마시면서 줄줄 자꾸 흘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것이 어찌나 추잡스럽던지 스스로를 향한 짜증이 솟구친다는 것이다. 나는 그녀의 글에 연신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깔깔대고 웃었다. 나 또한 툭하면 커피나 각종 소스, 김치 국물 같은 걸 흘린다. 새로 빨아 입은 옷에 이런 얼룩이 선명하게 새겨질 때마다, 마치 주홍 글씨를 새긴 것처럼 내 마음은 무너진다. 식탐을 부려 와구와구 입속으로 무엇을 쑤셔 넣는 것도 아니고, 조심조심 신경을 써서 먹고 마셔도 소용이 없다. 그래서 나의 가방에는 향상 물티슈가 준비되어 있다. 한때 지인들 사이에서 나의 별명은 ' 빨래하는 여인 '이었는데, 그 이유는 내가 맨날 옷에 뭘 흘리고, 그걸 물티슈로 사정없이 벅벅 문지르는 장면이 자주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한참 대화에 물이 오를 때도, 새로운 친구가 등장해도,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옷에 묻은 얼룩 지우기에 몰입했다. 그러다가 잘 지워지지 않으면, 냉큼 주방으로 가서 트리오 몇 방울을 얻어 물티슈에 떨어뜨리고, 다시 돌아와 소위 '빨래하는 여인'이 된다. 그냥 집에 가서 빨면 되지, 왜 그리 유난을 떠냐고 지인들의 핀잔을 들어도 꿈쩍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 얼룩이란 게 바로바로 지우지 않으면 좀처럼 지지 않으며, 세탁기를 돌려도, 세탁소를 보내도, 희미하게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이 얼룩이 편집장의 글처럼, 나의 추잡하게 나이듬의 흔적 같아서 나는 속이 상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