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이브 가자 ~ " 나와 같은 장롱면허의 소유자였던 K가, 짬짬이 도로연수를 하고 드디어 남편의 중고차를 물려받았다. 신이 난 그녀는, 아침부터 전화를 해서 지금 집 앞으로 갈 터이니, 옷만 갈아입고 나오라고 성화다. 주섬주섬 청바지와 티셔츠를 꺼내 입고, 집 앞에서 달뜬 그녀의 흰색 소나타가 오기를 기다린다. 그러다가 문득, 신분증으로만 쓰이는 내 운전면허증을 지갑에서 꺼내 가만히 내려다봤다. 꼬맹이 시절, 심부름을 가다가 택시에 부딪힌 적이 있었다. 그 후로, 달리는 차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 것인지, 횡단보도 아닌 곳에서는 혼자 길도 못 건넜다. 그런 내가 35살이 되어 자동차를 운전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이유는, 광고 회사에서 자동차 광고를 담당하면서였다. 운전면허도 없는 사람이 자동차 광고를 어떻게 하냐는 광고주의 핀잔을 듣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뜨거운 여름날, 나는 이를 악물고 면허를 따기로 결심을 했다. 필기시험은 후배의 족집게 과외로 한 번에 통과했다. 문제는 실기시험이었는데, 기능 시험은 2번을 떨어지고 3번 만에 간당간당하게 합격을 했고, 첫 번째 도로 주행 시험은 비용을 더 지불하고 남들보다 몇 시간을 더 추가로 교습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십 번도 더 간 길을 까먹어서 어이없게 떨어졌다. 한 달 후, 두 번째 도로주행 시험이 있던 날, 나는 청심환 한 알을 우걱우걱 생수와 함께 씹어 삼키고, 비장하게 운전대를 잡았다. 아니나 다를까, 몇 번의 신호를 놓친 것도 모자라, 몸을 휘청이며 급 브레이크를 밟았다. 가까스로 정해진 코스를 완주하고 출발점에 도착했을 때, 어찌나 심장이 벌렁대던지 운전대를 잡은 손이 덜덜 떨렸다. 그때, " 합격입니다" 하는 시험관의 굵직한 목소리가 들였다.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나에게,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 솔직히, 합격점에는 좀 모자라지만, 제가 합격을 드렸습니다. 운전이라는 거, 세상을 좀 더 많이 볼 수 있도록 발이 되어 주는 거니까, 응시자님도 그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 세상을 좀 더 많이 볼 수 있도록, 나에게 발을 달아준 그분의 말씀과 달리, 그 발은 시동도 못 걸어본 채 장롱 속에서 녹이 슬고 있다. 아... 나도 K처럼 다시 도전해 볼까 보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