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5일(토)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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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럼 우리 한 살 어려지는 거야? " 푹푹 찌는 토요일 이른 점심부터, 집에 있는 선풍기를 풀가동하고 세 여인이, 지글지글 고기를 굽는다. 10년 넘게 회사를 운영하는 대학 후배인 J가, 최근에 어려운 계약을 따내고 회사의 위기를 넘긴 턱으로, 통 크게 한우 등심을 쐈다 그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신나게 고기를 굽다가, 최근 뉴스에서 발표된 만 나이 폐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태어남과 동시에 한 살을 더 먹는다. 어린 시절에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에, 우리 식 나이 계산법이 제법 그럴싸해 보였다. 어쩌다 외국에 나가서 펍에 가면 반드시 신분증을 요구했는데, 그럴 때 마다 빙긋 웃으며 우리 식 나이로 계산된 만 나이를 자신 있게 말하면, 주문을 받으러 온 종업원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질문을 받을 일도 없는, 액면 그대로 충분히 나이 들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눈썰미 없는 외국인이 신분증을 요구하면, 은근슬쩍 회심의 미소를 짓곤 한다. 우리와 함께 50대 중반으로 바짝 달려가던 선배 언니는, 한해 더 늦춰진 것이 마냥 기쁜지, 잔이 넘치게 와인을 따르고 목청 높여 건배를 외친다. 별것 아닌 뉴스에 별것처럼 소란을 떨며 함께 웃는 것 - 함께 나이 들어가는 지인이 있어 가능한 행복이 아닐까?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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