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어오는 바람에도 기운이 있다 '고 했다. 새벽 내내 나뭇가지들이 파르르 파르르 소리를 내며 거칠게 흔들린다. 띄엄띄엄 오던 비가 뚝하고 그치면서, 태풍이라도 몰고 올 것 같은 강풍이 분다. 삐쭉 열어놓은 창틈 사이로, 훅 하고 바람이 치고 들어와 머리카락을 거칠게 날린다. 순간, 울컥하고 이상한 기운이 내 마음속에 갑자기 맴돌기 시작한다. 불어오는 바람에도 기운이 있고, 지금 내 마음을 맴도는 바람의 기운은, 우울이다. 아마도 연일 이어지는 숨 막히는 장마 탓이리라. 이렇게 나를 흔드는 바람이 부는 날에는, 무조건 어디론가 나가야 한다. 날씨 엡을 열어 일기예보를 보니, 오전 중에 비가 올 확률은 50퍼센트가 되지 않았다. 잔뜩 흐린 오전의 산은, 하늘과 땅이 하나가 된 듯 고요하고 신비로운 기운이 감돌았다. 얼굴 위로 눈물처럼 줄줄 흘러내리는 땀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쉼 없이 걷다가, 강풍이 불어오면 그 바람에 리듬을 타듯 가볍게 몸을 흔드는 나뭇가지와 여름꽃들처럼, 나는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몸을 맡겨본다. 누군가 내 등을 힘껏 밀어주듯, 슬슬 몸이 앞으로 쏠리면서 바람 속을 부유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나에게 다음과 같이 속삭였다. '내가 흔들리는 것은 내 탓이 아니었으며, 그저 저 강한 바람 탓이라고. '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