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수)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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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소리 때문이다! " 신통한 예언으로 제법 유명세를 치른 한 법사가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한 말이다. 그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그해 유재석의 연예대상 수상을 어떻게 예언하게 되었냐고 묻자, 그는 뜻밖의 대답을 한 것이다. 유재석의 사주팔자가 탁월하게 좋은 것도 아니며, 관상이 뛰어난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 또한 처음에 의아했으나, 유재석이 입을 떼는 순간, 그의 목소리에서 강한 운의 기운이 또렷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저런 목소리의 기를 늘 뿜고 산다면, 어떤 것을 해도 성공할 수밖에 없는 운명일 터였다. 관상과 사주에 나름 관심이 있는 편이라, 책도 보고 심심풀이로 사주를 보러 간 적도 있지만, 운과 목소리가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운을 부르는 목소리는 무엇보다 밝은 기운이 흐르고,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적당한 톤이며, 편안함을 주면서도 자연스럽게 이목을 끈다고 했다. 나는 그 당시,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지만, 최근 들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배 Y의 사연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녀는 대학 4학년 시절, 모 유명 광고 회사에 다짜고짜 전화를 했다. 그녀가 준비하던 졸업논문에 필요한 마케팅 관련 자료를 얻기 위해서였다. 어찌어찌하여 담당 부서와 연결이 되었는데, 때마침 그 전화를 부서장이 받게 된 것이다. 그녀는 차근차근 자신이 전화를 건 이유를 설명하고 간곡히 자료 요청을 했다. 그런데,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혹시, 졸업 후에 이 회사에 취업할 생각이면 꼭 자신의 부서에 지원하라'라고 했다. 그녀는 무슨 이유로 그런 말씀을 하시냐고 되묻자, 부서장은 말했다. " 목소리요. 누군가를 설득하기에 최고예요. 이런 목소리는 일단 기본은 먹고 가는 거죠. " 졸업 후, 그녀는 물론 그 회사에 입사해서 몇 년 후 최연소 탐장이 되었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던 그녀의 목소리에서, 그는 그녀의 기질을 단박에 알아본 것이다. 문득 내 목소리가 궁금해졌다. 옅은 기압을 넣고 또랑또랑 차분한 목소리로 소리 내어 책을 읽어본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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