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금)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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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 이거 무슨 향초야? " 한 달에 한 번씩 나에게 그림을 배우러 오는 선배 J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며 말했다. 그녀는 마른 풀이나 장작을 태운 것 같은 향이 난다며 연신 코를 킁킁댔다. 나는 그녀의 그런 모습에 빙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향초는 무슨... 모기향 냄새야!" 그녀는 푸하하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향에 민감한 나는 자주 향초를 켜놓으며, 자기 전에는 반드시 인센스 스틱을 태운다. 그런 내가, 향을 포기하고 아침부터 모기향을 태운다는 사실이 그녀의 웃음을 자아냈을 것이다. 일주일 전, 아침부터 찌는 날씨에 에어컨을 켜 놓고 침대 위에 누워서 초점 없는 눈으로 티브를 보는데, 무릎 위가 따끔따끔했다. 나는 티브에 눈을 고정한 채, 무릎 위를 무심하게 몇 번 긁다가 툭툭 치듯 쓰다듬으면서, 이 따끔함의 이유가 절대 모기일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머리 위와 발아래에 켜놓은 두 개의 액상 모기약이 있었을뿐더러, 나는 발목까지 오는 레깅스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령, 모기라고 해도 이 레깅스를 뚫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요즘 모기는 얇은 옷은 가뿐히 뚫는다던 지인의 말이 번뜩 생각났다. 급히 몸을 일으키고 레깅스를 걷어보니, 무릎 위에 자잘한 빨간 반점이 10개나 넘게 나 있었다. 마치, 바늘로 콕콕 연거푸 찌른 듯 반점들이 원을 그리고 있었는데, 내가 긁고 문지른 덕에 점점 벌건 게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스틱형 모기약을 바르고 후후 입김을 불어넣었지만, 가려움은 점점 심해졌다. 백 원짜리 동전 크기만 했던 반점들이 점점 커져서 5백 원짜리 동전이 되었다. 심지어, 열이 나면서 쓰리고 아프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문을 박차고 나가서, 약국에서 스프레이 모기약과 피우는 모기향을 산 후에 씩씩거리며 집으로 돌아와, 베란다와 방에 하나씩 모기향을 피우고, 구석구석 모기약을 뿌린 후, 다시 집을 나왔다. 한참을 서성이다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온 집은 뿌연 연기로 가득 차 있었고,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강한 향이 났다. 그러나 나는 어딘가에 죽어있을 모기를 떠올리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 후로 나는 아침저녁으로 향초 대신에 모기향을 태운다. 선배 J는 담배연기만큼 나쁘다고 걱정 어린 핀잔을 주었지만, 나는 아량곳 하지 않을 것이다. 모기향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이 모기향 덕분에 애먼 벌레들까지 떼죽음을 당하는 것은 분명하다. 모기는 이리저리 민폐를 끼지는 사악한 생명체임에 틀림없다. 틈틈이 선풍기 앞에 쪼그리고 앉아, 머리카락까지 벤 모기향을 지워본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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