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둘기가 보자기에 물고 온 작은 선물 ' 어린 시절 즐겨보던 동화책 속에선, 이건 동생을 의미했다. 나는 맨날 놀이터에서 넘어지고 부딪혀서 피를 흘리는 사고뭉치 남동생보다, 오손도손 같이 소꿉놀이를 하고 긴 머리를 묶을 예쁜 고무줄을 나눠가질 살가운 여동생을 원했었다. 그런 나에게 드디어 소원이 이뤄진 것이다. 그녀를 만난 것은 스무일곱 해 어럽게 떠난 미국 어학연수 시절이었다. 기숙사에서 먹고 자던 내가, 무슨 바람이 불었던지 까다로운 규율로 학생들이 입주를 꺼리던 하숙집으로, 자처해서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금발의 솟 커트머리에 단아한 인상의 하숙집 어머님은, 아직 정리가 덜 된 방에 나를 들이는 대신,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올 법안 클래식한 참대와 테이블이 있는 손님방을 나에게 내어주었다. 그리고 저녁 식탁에서 처음 만난, 그녀... 그녀는 따듯한 미역국과 하얀 쌀밥을 내 앞에 차려 놓으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언니, 오늘 생일이시죠? 서툴지만 급하게 미역국 끓였어요. 언니가 이 집에 와서 너무 좋기도 하고... " 나는 그 누구에게도 입 밖에 내지도 않았던 내 생일을 그녀가 어떻게 알았는지도 놀라웠지만, 타지에서 귀한 재료를 구해 정성껏 차려낸 그녀의 생일 밥상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렇게 그녀는 비둘기가 물고 온 내 여동생이 되었다. 어느덧, 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그녀의 축하를 스무 번째 받고 있다. 오늘도 오랜만에 만난 것이 무색하리 만큼 싱글벙글 웃으며, 챙겨주진 못한 생일날을 책임지겠다고 큰소리를 친다. 그 모습이 또 마냥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나는 웃고 또 웃는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