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의 은퇴식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 자신이 마지막까지 몸담았던 팀의 9명의 선수가, 별명 부자였던 자신의 별명을 각자의 등 뒤에 새기고 경기를 했다. 엘지 트윈스의 프랜차이즈 간판스타였던 한 선수의 은퇴식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감격스럽기도 하고, 지금 이 순간 그가 느낄 벅찬 행복감이 가슴으로 전해졌다. 야구를 위해 그동안 포기했던 많은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야구장을 꽉 채운 관중들의 함성과 자신의 아바타와 같은 9명의 선수들의 플레이로, 단박에 사라졌을 것이다. 아마도, 그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하루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같은 직장인들의 은퇴란 참으로 초라하다. 소위 현직에서 물러난다는 뜻의 퇴직은, 자발적이기보다 어떤 구실과 명분을 달던 강제적에 가깝다. 그래서 떠나는 뒷모습은 늘 헛헛하다. 내가 퇴사하던 날이 떠오른다. 팀원들과의 간단한 송별회, 그리고 대표이사와의 긴 면담, 마지막으로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를 배웅하던 비서실의 두 후배들의 글썽이던 눈망울 - 가끔 그때를 떠올리면 영영 사라지지 않는 작은 조각들이 내 몸속을 기척 없이 부유하다가, 갑자기 심장으로 한꺼번에 몰려들어 뜨끔하고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시작보다 마무리가 중요하다. 떠나는 그날의 기억은, 나의 마무리는, 내 마음대로 내린 이기적인 결정이라는 뒤끝을 남기며, 외롭고 쓸쓸하고 아팠음에 틀림없다. 오늘 멋진 최고의 마무리를 한 그에게 진심 어린 박수갈채를 보낸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