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숲 속의 어른
불면증. 아마도 나이와 상관없이 인간이라는 동물에게 가장 가혹한 벌이자 고문일 것이다. 최근 들어 유난히 주위에 잠 못 이루는 지인들이 많다. 기러기 아빠인 한 지인은 어떻게 해도 잠이 오지않아서, 밤마다 가까운 동네의 산으로 등산을 했다고 털어놓았고, 올해 외동 아들을 미국으로 유학 보낸 또다른 지인은 밤마다 각종 청들을 새벽까지 만들며 불면의 밤을 이겨낸다고 했다. 성격적으로 다들 민감 하기도 하고 고민거리나 해야할 일이 생기면 쉽게 놓지를 못하는 탓이기도 했다. 나 또한 그들 못지않게 쓸데없이 예민한 편이라, 요즘같이 프리랜서로 설렁설렁 살면서도, 해결해야할 별일도 아닌 일 때문에 잠을 설치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민감하다는 건‘날카롭거나 완벽하다’는 긍정적인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우리 인생에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는 군살 같은 존재다.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라는 책 속엔‘어디서든 잘 자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라는 구절이 있다. 흔히 우리가 하는 말로 머리만 대면 자는 사람을 말한다. 광고 회사 신입 사원 시설, 야근과 철야를 번갈아 가며 하던 그때도, 난 잠을 잘 못 잤다. 밤늦도록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 침대에 간신히 무거운 몸을 누이고, 다음 날의 출근까지 얼마 남지도 않은 그 황금같은 순간에도, 난 여지없이 악몽같은 불면에 시달리곤 했다. 반면에 나와 동기였던 한 여인은 그야말로 머리만 대면 잤다. 광고주와의 미팅을 위해 이동하는 차 속에서도 꿀 잠을 자고, 긴 회의 끝에 주어진 잠깐의 브레이크 타임에도 의자에 기대 새근새근 잠을 잤다. 그 덕분인지 그 여인은 언제나 활기와 에너지가 넘쳤고 난 언제나 피곤과 스트레스가 넘쳤다. 그녀와 절친이었던 나는, 아무리 애를 써도 그녀의 긍정적 에너지를 따라 갈 수 없었고 그녀는 그런 나를 언제나 토닥거리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많이 둔감해진 덕분에 비교적 잠을 잘 잔다. 비결은 깊이 고민하거나 오래 담아 두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고민해봐야 내 힘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조금이라도 들면 포기한다. 그리고 무조건 잊어 버리려고 애쓴다. 그러게 하나하나 지워가다 보니, 차츰차츰 인생에서 심각한 일들이 줄어들고 있다. 가끔은 너무 대충 사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문뜩 들만큼 그래도 좋다. 잘 자니까. 얼굴도 좋아지고. 피부도 좋아지고. 몸도 가볍고...그걸로 충분하다.
< 해결책 > 잠은 밤이 되면 자는 것이 아니라 잠이 올 때 자는 거라는 생각을 늘 할 것, 다음 날 피곤할 것을 두려워 말 것. 어차피 일 많거나 사람들에게 시달리면 피곤한 것 마찬가지니까. 그저 피곤의 결이 다른 거라 생각할 것. 잠 안 오는 밤을 즐겨볼 것. 요즘 몰아볼 드라마가 넘쳐나니까. 잠이 안 오면 신나는 거다.
< 아네고 에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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