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기 저기 왕잠자리야, 형! "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뚝뚝 땀이 흘러내리는 뜨거운 날씨에, 두 형제는 잠자리 채를 들고 연신 사방으로 뛰어다닌다. 가볍게 동네나 한 바퀴 돌 요량으로 나왔던 나는, 어느새 두 꼬마들의 뒤꽁무니를 쫓아, 햇살이 쏟아지는 공원의 잔디밭 불볕더위 속에 멍하니 서있다. 오랜만에 보는 정겨운 풍경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여기저기 정신없이 날아다니는 잠자리들의 방향을 꼬마들에게 알려준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진다. 아직도 여름방학 숙제로 곤충 채집이라는 걸 하는 걸까?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는 여름방학이 되면, 탐구생활이라는 책을 나눠주었다. 그 책 속에는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다양한 숙제들을 한 가지씩 내주었는데, 그중에 반드시 곤충채집에 관한 것이 있었다. 벌레라면 기암을 하던 나는, 언제나 그 숙제가 가장 부담스러웠다. 그때마다 한 살 터울의 오빠가 그걸 해결해 주고, 대신에 자신이 가장 하기 싫어했던 그림일기를 쓰게 했다. 두 형제를 보며, 그 시절 나를 대신해서 곤충을 잡기 위해 뛰어다니던 오빠와 그걸 애타게 지켜보던 내가 떠올랐다. 지금은 참으로 서먹한 사이가 된 반백살이 넘은 오누이지만, 그때는 우리도 제법 다정했었다는 생각에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다음 주 가족 모임에서 만나면, 오빠에게 넌지시 그때 이야기를 꺼내봐야겠다. 기억이나 할는지 모르겠지만도...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