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에서 보자, 젊은 기 좀 흡수하게 ~" 소위 젊음의 거리라고 부르는 동네에만 가면, 여기저기 팝콘처럼 터지는 음악소리에 골치가 아프다던 J가, 웬일로 그녀의 생일 모임을 홍대에서 하자고 자청을 했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무슨 바람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휴우~ 하고 작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하도 동네에서 어르신 들만 보니까, 나도 그냥 덩달아 늙는 거 같아서. 그분들 나라에 새들어 사는 기분이랄까? " 나는 푸하하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나야말로 그런 처지이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시작한 오전의 산책과 주말 산행에서 나는, 정말로 수많은 어르신들을 스쳐 지나간다. 날마다 산책을 가는 어린이 대공원에는, 어린이는 가뭄에 콩 나듯이 보이는 반면에, 어르신들은 그 넓은 공원 곳곳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최근 들어, 주말 산행에서 매번 만나는 한 어르신이 있다. 이 더위에도 군청색 잠바를 하얀 줄무늬가 있는 티셔츠 위에 걸쳐 입고, 한 손으로 접이식 우산을 휘휘 저으며 씩씩하게 산을 오른다. 까맣게 그을린 얼굴에 반질반질 빛이 나는 이마와 머리, 입술을 반쯤 벌리고 싱글벙글 웃는 모습이 묘하게 인상적이었다. 그 어르신은 몇 번 나와 우연히 눈을 마주치더니, 어느 날은 내가 저만치에서 걸어오는 것을 보고 뚝 하고 걸음을 멈춰 섰다. 그리곤 나를 향해 휘휘 돌리던 우산을 번쩍 들어 보이며, 씩 하고 미소를 지으며 알은 체를 했다. 마치 ' 또 만났네 또 만났어 ~' 유행가의 가사를 속으로 읊조리듯 한 미소와 눈빛이었다. 순간, 당황한 나는 어르신을 향해 어색하게 목례를 하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어떤 날은 생각에 빠져서 땅만 보고 걷는 내 앞을, 한 어르신이 가로막으며 명랑한 목소리가 말했다. " 뭐, 돈이라도 떨어졌을까 봐? 젊은 사람이 앞을 보고 걸어야지 ~ "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뜬 나를 보며 껄껄 웃었다. 동네를 거의 벗어날 일이 별로 없는 나로서는, 그녀 못지않게 어르신들의 틈바구니에서 살고 있는 기분이 종종 들곤 한다. 그래도 나는 그런 어르신들이 있어 이웃의 정을 느끼고, 그분들의 뜬금없는 관심과 참견이 살갑고 다정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말처럼 오랜만에 젊은이들의 기와 에너지를 좀 받고, 원기를 충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