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4일(목)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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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왠지 좀 슬퍼 보인다 " 내 그림을 처음 접한 지인들의 평은 두 갈래로 갈린다. 전자는 볼수록 우울하고 슬픈 느낌이 든다는 것이고, 후자는 뭐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묘하고 특별한 감정이 느껴진다고 했다. 나는 도쿄 유학시절 수없이 과제로 그림을 그려서 제출했지만, 한 번도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에게 전자의 평을 들어본 적은 없었다. 전자의 평을 한 지인들은, 이제 그림 그려서 먹고살려면 요즘 애들이 좋아하는 발랄하고 기분 좋은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조언을 하며, 이것저것 최근에 인기를 끄는 캐릭터와 일러스트 등을 캡처해서 보여주었다. 나 또한 그 당시에는, 기껏 잘 다니던 회사를 뛰쳐나가 그려낸 그림이, 그때의 암울한 기억의 흔적으로 얼룩진 결과물에 불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에 다소 당황스러웠다. 나는 무표정하거나 시크한 표정의 소녀를 그리는 걸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일부로 환하게 웃는 소녀들을 그리려 애를 썼다. 그것도 모자라 관심도 없었던 코믹한 캐릭터들을 그려서 지인들에게 수시로 보내며 물었다. " 아직도, 우울하거나 슬퍼 보여? "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 그런데 나는 왜 내 그림이 우울해 보이는 것이 싫었을까? ' 그림은 작가의 감정이나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고, 내가 잘 표현하는 그것이 슬픔이나 우울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내 마음을 흔들고 내 눈을 사로잡은 달콤하고 씁쓸한 이것에 대해, 남들이 우울이라고 하든 슬픔이라고 하든 개의치 않으며, 나는 있는 그대로 마음껏 집중해 보기로 결심했다. 그것은 분명 나만의 작품 세계가 될 터였다. 이제, 더 이상 애써 밝은 그림을 그리려 애쓰지 않겠다. 햇살이 쏟아지는 화창한 날에도, 음유시인들의 축축한 노래가 듣고 싶어지는 사람이 바로 나이니까.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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