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주부터 한잔 주세요 " 점심을 먹으러 간 동네 메밀 국숫집에서,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생맥주부터 주문했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아르바이트생은, 집에서 막 튀어나온 것이 분명해 보이는 부스스한 몰골의 나를 힐끔 보더니, 알았다는 듯이 입을 삐죽거리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가 그친 후의 하늘은 적당한 구름이 섞인 한 폭의 그림 같 것만, 바람은 뜨뜻미지근하고 습기를 반쯤 머금은 열기에 숨이 막힌다. 잠시 후, 보슬보슬 하얀 서리가 낀 잔에 맥주와 거품을 7 대 3의 황금비율로 따라낸 맥주 한 잔이 내 앞에 놓였다. 무더위에 바싹 마른 입속으로 차가운 맥주 한 모금이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흐른다. 청량하고 톡 쏘는 그 맛에 반쯤 내려앉은 눈이 번쩍 뜨였다. 일본 청춘들은 직장인에 대한 로망이 있다. 그것이 무엇이냐면, 퇴근길에 단골 술집의 출입문을 열면서 주인장에게 큰 목소리로 ' 맥주부터 한잔 주세요' 하고 외치는 것이다. 그리고 티브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거품이 몽글몽글 덮인 맥주잔에 입을 대고, 한 번에 벌컥벌컥 반쯤 마신 후에 스스로를 향해 ' 오늘도 고생 많았습니다 ' 하고 말하는 것이다. 회사를 떠난 후에 가장 아쉬운 것은 바로, 퇴근 후에 동료들과 마시는 맥주 한 잔이다. 반면에 프리랜서가 가장 좋은 것은, 이렇게 대낮부터 밥 대신 맥주를 마시면서 ' 다들 일하는 중이겠지? " 하며 속으로 키득키득 거리는 것이다. 이렇든 저렇든, 여름날의 맥주는 언제 먹어도 진리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