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 필요가 없는 것은 보지 않아 ~" 어쩜 그렇게 주변에 사람들이 많으냐는 내 물음에, 내 오랜 벗이자 멘토인 K는 쑥스러운 듯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그녀의 대답에 나도 모르게 '아하 ~' 하는 탄성과 함께 '탁'하는 소리를 내며 두 손을 맞잡았다. 그녀를 한 번이라도 만난 사람들은 누구나 그녀를 참 다정하고 편안한 사람으로 기억하며 다시 만나고 싶어 했다.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볼 필요가 없는 것 - 즉슨 상대방의 단점이나 핸디캡이라고 느끼는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으며 그것으로 그 사람을 섣불리 판단하거나 선입견을 갖지 않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상대방의 단점부터 찾아내던 나는, 그녀와 비교하면 얼마나 어리석은 인간이었나 하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서른을 코앞에 두고 부쩍 외로움을 많이 타던 시절이 있었다. 남들에게는 쉬워 보이는 연애가, 나는 아무리 애를 써도 잘되지 않았다. 매번 처음에는 좋았는데 두 번, 세 번 만날수록 별것도 아닌 것들이 점점 눈에 거슬리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친구와 용하다는 점집을 찾았다. 오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점쟁이 여인은 내 사주를 보더니 다짜고짜 '쯧쯧' 하고 혀를 차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 뭐가 그리 잘났다고, 네 눈에는 남의 단점부터 척척 보이냐? 그러니 인생이 고독하지. 혼자서 독하게 살던가 아님 눈을 낮춰라. " 순간 나는 얼어붙은 듯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그녀가 독하게 늘어놓는 점괘인지 훈시인지를 십여 분이 넘게 묵묵히 들어야 했다. 그날 밤, 나는 밤새 뒤척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내가 팀원들이랑 두루두루 잘 지내지 못하는 것도, 소개팅에서 만난 남자들과 번번이 깨지는 것도, 단점부터 찾아내는 나의 못된 습성 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후로도 달라지지 못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 점쟁이 여인의 말과는 달리 인내심과 심성이 좋은 주변 사람들 덕분에, 인생이 그리 고독하지도 않았으며 혼자 독하게 살아가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K의 말을 가슴 깊이 새기며 반드시 애를 써볼 참이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