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 아트' -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아름다운 작품을 그리는 작가들이 있다. 어떤 법칙도 규율에도 얽매임 없이 보고 느끼는 그대로 자유롭게 그려낸다. 잘 그린 그림은 아니지만, 볼수록 순수하고 천진한 매력에 빠져든다. 도쿄 유학시절, 디자인 페어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학교 친구들과 돈을 모아 한 평도 채 안 되는 부스를 대여하고, 각자의 작품을 전시하고 엽서나 스티커를 만들어 판매를 했다. 도쿄를 대표하는 아트 축제 중에 하나인 이 행사에는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온다. 그해 가장 인기를 끌었던 부스는, 다름 아닌 천 엔을 받고 초상화를 그려주는 중국에서 온 작가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작가가, 바로 9살 남자아이라는 사실이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한 시간도 넘게 줄을 선 후, 화제의 꼬마 작가 앞에 놓인 동그란 의자에 앉았다. 그는 나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 초청 초롱 빛나는 까만 눈으로 나를 잠시 빤히 보더니, 수줍은 소년의 미소를 지었다. 쓱싹쓱싹 연필이 몇 번 움직였고 그림이 완성되는 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의 옆을 지키는 엄마로 보이는 여인에게 사인을 보내자, 그녀는 그림을 투명한 비닐봉지에 담아서 내게 내밀었다. 그림 속의 나는 흔히 그 또래가 그리는 여자 어른의 얼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왠지 편안하고 행복해 보였다. 꼬마 작가의 시선으로 본 나는, 그저 본인처럼 해맑은 한 사람일 뿐이었다. 순간 나는 정화되고 새롭게 태어난 기분이 들었다. 그 꼬마 작가의 그림이야말로, 나이브 아트의 진수가 아닐까.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