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 있는 시간에 무엇을 하는가 ' 그것이 나를 말해준다고 했다. 가끔씩 멍하니 유튜브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이 말을 떠올리면 정신이 번쩍 들곤 한다. '혼자 있는 시간' -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는 나는, 그야말로 이 말에 딱 들어맞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회사를 다니던 시절에는, 혼자 있는 시간에 주로 잠을 자거나 타브를 봤다. 일을 제외하면 몰아서 퍼 자는 잠과 즐겨보는 티브 프로그램이 나를 말해준 것이다. 씁쓸한 일이지만 워라벨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그 시절의 직장인들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루틴이라고 한다. 솔직히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 자유롭게 살겠다고 회사도 박차고 나온 나로서는, 꼬박꼬박 똑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밥을 먹고 무언가를 반복해야 한다는 사실에 거부감이 들었다. 그러나, 팬데믹이 오고 후배들의 사무실에 나가는 날마저 확연히 줄어들자, 나는 이 루틴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그 이유는, 날마다 뭘 하기는 하는데 뭘 하는지도 모른 채 하루가 가고, 일주일이 흐르고, 몇 달이 지나갔다. 한마디로, 뭘 하고 사는지도 모르면서 사는 셈이 된 것이다. 그제야 나를 말해줄 그 어떤 것도 없는 텅 빈 날들이, 공허하게 흘러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퇴사 후 처음으로 다시 기상 알람을 맞추고, 손때 묵은 다이어리를 펼쳐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를 위한 일들을 무리하지 않으며,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해내기로 다짐을 했다. 이렇게 나를 닮은 소소한 분주함으로 꽉 채운 나의 루틴이 생겼다. 갑자기 약속도 없이 불쑥 집 앞으로 찾아와, 시간을 내어달라고 떼를 쓰는 지인들에게 나는 딱 잘라 말하곤 한다. " 어쩌지, 나도 나를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는데... 그래도 이번만 봐준다! "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