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주룩주룩' - 최근 들어 툭하면 눈물바람이다. 티브이 드라마에서 조금만 슬픈 장면이 나와도 나도 모르게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다가 줄줄 흘러내리기 일쑤이고, 책 속에서 주인공의 가슴 아픈 사연이 마치 내 것인 양 갑자기 대성통곡을 하기도 한다. 이런 나의 넋두리를 가만히 듣던 지인은 깔깔하고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 어머나, 너도 갱년기 인가 보다. 우리가 그럴 나이가 되었지. " 더운 날씨 탓이라고 생각했건만 갑자기 훅하고 드는 불쾌한 열감도, 평소에 배탈이 잘나서 되도록이면 찬물은 마시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날마다 아이스커피를 달고 사는 것도, 뻑하면 별 이유 없이 출렁이는 감정의 격함도, 반백 살을 버텨낸 후에 다시 사춘기처럼 찾아드는 씁쓸한 갱년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일 줄이야. 지인은 그 또한 지나갈 일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사람들도 부지런히 만나고, 맛있는 것도 챙겨 먹으라고 나를 토닥였다. 저녁 무렵 샤워를 하고 차가운 샤도네 한 잔을 따르고, 요즘 가장 인기 있다는 드라마를 보다가, 또 주룩주룩 흐르는 눈물이 멈출 줄 모른다. 얼른 화장실로 가서 연거푸 세수를 하고, 거울 속에 벌겋게 충혈된 내 눈을 빤히 보며 혼잣말을 해본다. " 그래, 올여름... 눈물로 땀을 흘린다 생각하자. "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