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 스프릿' - 나는 달라, 나답게 살 거야. 광고 회사 신입시절, 해성처럼 등장한 X 세대 신드롬은 광고계는 물론, 그 당시 모든 유행과 문화를 주도하던 가장 뜨거운 아이콘이었다. 그 시절 대학시절 내내 기르던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솟 커트에 통이 넓은 청바지를 입고 다니던 나를, 회사 선배들은 요즘 것들, 즉 X 세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얼마 되지도 않은 월급을 털어 스텐리스 통에 담긴 고가의 청바지를 사고, 요상한 타투가 새겨진 헐렁한 후드티를 사기 위해 주말이면 이태원을 헤매는 나를, 아마도 무척이나 낯설고 한심해했을 터였다. 그런 나에게 뜻밖에 기회가 왔다. X세대가 마케팅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광고주들이 앞다투어 그 세대를 겨냥한 신제품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회사에서 가장 어린 축에 들었던 나에게, 소위 X세대라는 이유로 러브콜이 쏟아졌다. 타깃의 취향과 속내를 알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X세대를 겨냥한 신규 캠페인의 TFT에 내가 호명되었고, 심지어는 날고 기는 선배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슬쩍 보여주며 의견을 묻기도 했다. 언제나 막내로 자료수집과 복사가 주던 업무였던 나는, 입사 후 처음으로 일하는 것이 신나고 재미났다. 그때 선배들과 만들었던 캠페인에는 내가 꿈꾸던 세상과 이야기가 녹아 있었고, 그것은 나와 같은 X세대들의 바람이자 궁극의 목표였던, 나답게 살기 위해 열정을 아끼지 않겠다는 외침이었다. 그때의 X세대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회사에서 꼰대가 되어 '라떼는 말이야'를 외치거나, 나답게 사는 법을 비즈니스로 멋지게 승화시켜 성공의 쾌도를 달리거나, 나처럼 일이 아닌 다른 길로 접어들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가장 긴 노년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지금의 X세대 -수명이 길어진 것이 아니라 노년이 길어진 것이라는 프랑스의 모 석학의 말처럼, 나답게 노년을 살아가는 법을 이제부터 진지하게 고민하고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