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우당탕 ~' 푸르스름한 새벽의 기운이 감도는 그때, 현관 쪽 벽에 걸어놓은 액자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렀다. 무더운 공기를 잔뜩 머금은 바람이 불고, 창가의 나뭇가지들은 늘어뜨린 여인의 머리카락처럼 흩날린다. 갑자기 공포가 몰려온다. 도둑이라도 든 걸까, 아니면 귀신이라도? 두 눈을 질끈 감고 생각에 잠긴다. 이 동네는 치안이 철저한 편이고 현관에 비밀번호가 있으며, 우리 집의 도어록 또한 최신형이다. 그렇다면 혹시 이 집에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것은 아닐까? 어쩐지 최근 들어 새벽이면 자주 이상한 꿈을 꾸다가 잠을 깨고, 툭하면 벽에 걸어 놓은 스케치며 그림들이 우수수 낙엽처럼 떨어지기도 했다. 남들보다 직감이 잘 맞을 거라고 했던 모 점쟁이의 말을 떠올리며, 나는 상상의 나래를 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고삼 시절 나를 공포에 떨게 했던 비바람이 치는 날의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모의고사를 앞두고 새벽까지 공부를 하다가 출출해진 나는, 살금살금 까치발을 하고 부엌으로 향했다. 모두가 잠이 든 집은 쥐 죽은 듯 고요했고, 윙윙 거리는 냉장고 소리와 창가에 거칠게 내리치는 바람 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냉장고에서 주스를 꺼내 컵에 따르고 한 모금을 크게 넘기는데, 갑자기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싱크대 쪽 창문을 보니, 누군가 손을 흔드는 것처럼 가늘고 길쭉한 검정의 그림자가 비바람 속에서 어른거리고 있었다. 순간, 나는 겁에 질려서 급히 방으로 들어와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갔다. 다음 날 아침, 알고 보니 내가 본 것은 엄마가 다용도실에 걸어놓은 비닐 장바구니가 바람에 흔들린 것이었다. 나는 그때를 떠올리며 용기를 내어 거실로 나가보니, 에어컨 실외기가 요란하게 흔들리면서 그 진동에 벽에 걸어놓은 액자가 떨어진 것이었다. 휴우~ 하고 크게 한숨을 내쉬며, 근거 없는 추측과 상상이 만들어낸 공포는, 나와 같은 독거인들이 새삼 혼자임을 한탄하게 하는 우울만큼 위험한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네고 에미)